연기의 궤적 - 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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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대면

시청 별관 회의실 안은 식은 담배 냄새와 기름 찌든 매연이 엉겨 붙어 있었다. 블라인드 틈으로 스며든 창백한 겨울 햇살이 회색 정장을 단정히 차려입은 정우진의 어깨 위에 내려앉았다. 그는 가죽 소파에 깊숙이 몸을 파묻은 채 차를 홀짝이고 있었다.

기주는 테이블 위로 손을 뻗어 코트 안에서 꺼낸 서류철을 던졌다. 둔탁한 파열음과 함께 먼지가 일었다. 방수포 아래 썩어가던 타르 냄새가 퀴퀴한 종이 틈으로 번져 나왔다.

"불이 나기 보름 전에 도장부터 찍었더군."

기주의 목소리는 마른 잿가루처럼 갈라져 있었다. 정우진은 찻잔을 내려놓지 않은 채 눈길만 서류로 떨궜다. 미세한 조소가 입가에 스쳤다.

"사업은 위험을 감수하는 자에게만 보상이 따릅니다, 기주 씨. 쓰레기통을 뒤져 종이 몇 장 주웠다고 세상이 뒤집힐 것 같습니까? 여긴 당신 같은 사설 조사원이 설치고 다닐 판이 아니에요. 조용히 덮지 않으면, 10년 전 그 친구 꼴을 면치 못할 텐데."

정우진의 목소리 밑에 서슬 퍼런 위협이 깔렸다. 하지만 기주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낡은 가죽 장갑을 낀 손으로 주머니 속 녹음기의 차가운 윤곽을 쥐었다.

"특이 톨루엔과 타르를 섞어 지연 연소를 일으킨 배합비. 10년 전 서해창고 현장과 정확히 같아. 이 계약서 원본과 녹취는 이미 안전한 곳에 넘겼다. 네가 불을 끄려 들면 내 손에 불을 맞을 거다."

정우진의 찻잔이 허공에서 멎었다. 차가운 눈빛 위로 찰나의 침묵이 굳어졌다. 더 이상의 부정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굳게 다문 입술 뒤에는 여전히 흔들리지 않는 오만이 도사리고 있었다.

창밖으로 굴착기 굉음이 울려 퍼졌다. 북항 재개발 현장의 철거 작업은 멈추지 않았다. 증거를 들이밀어도, 썩어 문드러진 거대한 카르텔의 톱니바퀴는 이미 죽은 이들의 뼛가루를 짓이기며 돌아가고 있었다. 기주의 등 뒤로 차가운 절망이 진흙처럼 묵직하게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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