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의 궤적 - 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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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력의 물결

정우진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회색 정장 코트 자락을 여미며 부두 여관가 골목 어귀까지 기주를 따라붙었다. 젖은 아스팔트 위로 새벽 여덟 시의 차가운 해무가 짓눌려 있었다. 뱃고동 소리가 낮게 깔린 골목길에는 폐유와 썩은 갯벌 냄새가 진동했다.

"형사 고발에 업무방해 청구까지 들어갈 겁니다. 당신 회사 SIU 윗선도 이미 동의했더군요. 한낱 조사관 따위가 감당할 수 있는 판이 아닙니다."

정우진의 목소리는 면도날처럼 낮고 정갈했다. 권력의 뒷배를 등에 업은 자 특유의 오만한 확신이었다. 그는 손에 든 서류철을 흔들어 보이며 턱짓했다. 기주의 발목을 묶고 현장에서 배제하려는 노골적인 덫이었다.

기주는 낡은 가죽 장갑을 낀 손을 외투 주머니 깊숙이 찔러 넣었다. 주머니 속에는 현장에서 수거한 방독마스크 파편과 흙 시료, 그리고 휴대용 탄화수소 검출기가 묵직하게 잡혔다. 타르와 톨루엔 찌꺼기가 남긴 매캐한 잿내가 코끝을 찔렀다. 10년 전 서해창고 참사 현장의 그 냄새였다.

"법대로 떠들어 봐. 연기의 흔적은 거짓말보다 진실을 말한다."

기주는 차갑게 쏘아붙이고는 무로 여관 입구의 녹슨 철문을 밀고 들어섰다. 퀴퀴한 등유 냄새와 타버린 장판 냄새가 훅 끼쳐왔다. 정우진이 문간을 막아서며 비웃음을 흘렸지만, 기주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여관 카운터 구석의 공중전화기로 다가섰다. 동전 세 개를 밀어 넣고 수화기를 들었다. 본사 내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동료 조사관의 직통 내선 번호를 눌렀다. 신호가 세 번 가기 전, 짧은 신호음과 함께 연결되었다.

"나다. 지하 락커 번호 알지. 삼류 찌라시로 덮이기 전에 본사 외부 서버로 넘겨."

기주는 미리 챙겨둔 증거물 봉투를 카운터 뒤편 비밀 사물함 깊은 곳으로 밀어 넣었다. 연락망을 통한 백업이 완료되었다는 짧은 기계음이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법적 협박 따위로 태워버릴 수 없는 화재의 기록이 안전하게 묶였다. 정우진의 조급한 구둣발 소리가 문밖에서 헛돌고 있었다. 기주는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메마른 숨을 뱉었다. 연기의 끝을 향한 길목이 간신히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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