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의 궤적 - 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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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의 폭로

회의실 벽에 걸린 낡은 괘종시계가 새벽 일곱 시를 알렸다. 덜컹거리던 창문 밖으로 푸르스름한 박명이 번졌으나, 방 안에는 형광등의 창백한 불빛과 묵은 담배 찌든 내만이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기주는 가죽 장갑을 낀 손으로 회의용 탁자 위에 분석 기록지를 내던졌다. 코트 주머니 속 휴대용 탄화수소 감지기에서 뽑아낸 수치였다. 톨루엔과 공업용 타르의 배합비. 인위적으로 연소 시점을 늦추기 위해 계산된 비율이었다. 10년 전 서해창고 화재 현장의 끈적한 잿더미에서 긁어모았던 것과 소수점까지 일치하는 촉진제 패턴이었다.

"연기의 흔적은 거짓말보다 진실을 말한다."

기주의 메마른 음성이 탁한 공기를 갈랐다.

정우진은 소파에서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말끔하게 다듬어진 회색 정장 아래로 두툼한 체구가 위압감을 뿜어냈다. 그의 눈빛은 얼어붙은 갯벌처럼 차가웠다.

"당신 같은 사람 때문에 우리 계획이 위태로워요."

정우진이 턱짓을 하자 문가에 버티고 선 사내들이 안으로 들어섰다. 회의는 거기서 끝이었다. 사내들의 투박한 손이 탁자 위의 기록지와 잔여물 봉투를 거칠게 낚아챘다. 압수하고 짓밟아 지워버리려는 손길이었다.

기주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뺏어봐야 소용없어."

정우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사본은 이미 바깥에 있다. 한 시간 전에 기자 쪽에 넘겼지."

벽걸이 선반에 놓인 구형 브라운관 TV 스피커에서 치직거리는 잡음과 함께 앵커의 건조한 음성이 터져 나왔다. 북항 공업단지 일대 화학물질 보관 업체의 비정상적인 유류 혼합 및 방화 음모 의혹에 관한 속보였다. 기록지를 구겨 쥔 정우진의 손가락마디가 하얗게 질렸다.

틈이 벌어졌다. 그러나 악취는 쉬이 가시지 않았다. 정우진은 금세 표정을 수습하며 서늘한 조소를 흘렸다.

"사업은 위험을 감수하는 자에게만 보상이 따릅니다. 겨우 방송 한 토막으로 이 거대한 판을 엎을 수 있을 것 같습니까?"

목을 죄어오는 압박은 여전했다. 카르텔의 철옹성은 금 하나로 무너지지 않는다. 하지만 침묵으로 일관하던 검은 새벽에 분명한 불씨 하나가 던져졌다. 기주는 타버린 재 냄새 속에서 희미하게 숨통이 트이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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