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탐지기의 울림
북항 공장 창고의 부식된 철문을 밀어젖히자 눅눅한 소금기와 썩은 기름 냄새가 훅 끼쳐왔다. 새벽 2시의 어둠 속에서 주황색 나트륨 등빛이 깨진 슬레이트 지붕 틈새로 비쳐 들었다. 지붕은 찬 바닷바람에 삐걱거리며 기괴한 비명을 질렀다. 바닥은 이미 꺼진 불길이 남긴 검은 재와 그을음으로 엉겨 붙어 있었다.
기주는 코트 주머니에서 투박한 금속 케이스의 휴대용 탄화수소 감지기를 꺼냈다. 전원을 켜자 센서 코일이 달아오르며 희미한 배터리 열기와 찌릿한 오존 냄새를 뿜어냈다. 긴 흡입 프로브를 불탄 드럼통 받침대 근처, 검은 잔여물이 눌어붙은 V자 연소 패턴의 밑바닥에 갖다 댔다. 윤기를 띠는 끈적한 타르 재 위로 센서 끝을 대는 순간, 탄화수소 감지기가 덜컹거렸다.
삐익, 날카로운 파열음이 일더니 장비의 지침이 거칠게 요동쳤다. 결로 탓인지 센서 회로가 먹통이 되며 붉은 인디케이터가 꺼져갔다. 지침이 맥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데이터가 증발할 위기였다.
기주는 이를 악물며 장갑 낀 손으로 감지기 옆면의 리셋 단자를 강하게 내리쳤다. 배터리 팩을 거칠게 뽑았다가 다시 밀어 넣고, 휴대용 수소탄소 분석기의 보조 흡입관을 프로브 라인에 직결했다. 둔탁한 모터음과 함께 노이즈 사이로 숫자들이 다시 정렬되었다.
톨루엔과 공업용 타르의 혼합 비율이 스크린에 또렷이 찍혀 나왔다. 연소 시간을 늦추기 위해 타르를 섞은 기형적인 배합. 코를 찌르는 이 지독한 냄새는 10년 전 서해창고 화재 현장의 잿더미에서 맡았던 것과 완전히 일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