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의 궤적 - 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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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 여관가의 속삭임

새벽 네 시의 무로 여관가는 죽은 갯벌처럼 가라앉아 있었다. 녹슨 네온사인이 밤안개 속에서 흐린 핏빛을 깜빡였다. 코트 주머니 속 방독면 파편의 차가운 금속 감촉을 쥐어쥔 채, 기주는 삐걱거리는 여관 유리문을 밀었다.

좁은 복도에 들어서자 눅눅한 곰팡이와 장판 타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안내실 구석의 낡은 석유난로가 털털거리며 불완전 연소된 등유 그을음을 뿜어내고 있었다. 카운터 뒤에 앉은 여관 주인은 굳은 얼굴로 젖은 담배를 질겅거렸다. 맞은편 평상에는 비린내를 풍기는 항만 인부 하나가 소주병을 끼고 졸고 있었다.

기주는 카운터 앞에 섰다. 가죽 장갑을 낀 손으로 구겨진 만 원짜리 두 장을 내려놓았다.

"10년 전 서해창고 불났을 때, 여기서 묵던 사람."

주인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는 돈을 쳐다보지도 않고 침을 뱉었다.

"몰라. 거긴 다 타서 가루만 남은 곳이야. 캐고 다녀봐야 재수만 옴붙어."

"단순히 가루만 남진 않았지."

기주의 목소리는 바닥에 깔린 자갈처럼 낮고 거칠었다. 여관 주인은 시선을 피하며 딴청을 피웠다. 벽에 걸린 낡은 달력만 난로 바람에 파르르 떨렸다. 허탕인가 싶던 순간, 구석에서 마른기침 소리가 터져 나왔다. 소주병을 기울이던 인부가 충혈된 눈으로 기주를 올려다보았다.

"서해창고… 그날 밤 불나기 직전에 드럼통 싣고 온 놈 말이지?"

인부의 목소리는 타르에 절어 탁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겉옷 주머니를 뒤적이며 덧붙였다.

"대한케미칼 조끼를 입고 있었어. 다들 대피할 때 그놈 혼자 배수로 쪽으로 기어들어가더군. 절뚝거리는 다리로."

"이름은."

"박태식. 그땐 하청 반장이었는데, 지금은 재개발 용역 쪽 이사질을 한다더군. 불귀신 같은 새끼야."

인부는 술잔을 비워내며 고개를 돌렸다. 더는 묻지 말라는 무언의 신호였다. 석유난로의 푸른 불꽃이 덜컹대며 시커먼 연기를 한 줌 뿜어냈다. 카르텔의 꼬리가 처음으로 실루엣을 드러냈다. 기주는 장갑 낀 손을 주머니 깊숙이 찔러 넣고 어두운 문밖으로 걸어 나왔다. 새벽의 찬 공기가 그을음 밴 폐부를 차갑게 꿰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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