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힌 연기의 흔적
배수로의 시커먼 물웅덩이에 발이 닿는 순간, 역한 냄새가 비강을 찔렀다. 바닷바람에 실려 온 소금기와 엉킨 썩은 기름 냄새. 10년 전, 시계가 밤 11시를 가리키던 그날도 똑같았다.
기주는 낡은 가죽 장갑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기억은 순식간에 시커먼 잿더미 속으로 곤두박질쳤다.
대한케미칼 서해창고 화재 현장. 당시에도 슬레이트 지붕은 위태롭게 삐걱거렸고, 타버린 바닥은 열기를 뿜어냈다. 현장은 엉망이었다. 관료들의 입김에 경찰은 서둘러 누전으로 덮으려 했고, 불완전한 현장에서 채취한 검지관 수치는 잡다한 탄화수소 반응에 뒤엉켜 증거 능력조차 의심받았다. 서류철은 반쯤 뜯겨 나간 조사 노트처럼 구멍투성이였다. 현장은 무너져 내리고 있었고, 동료는 그 불길 속으로 사라졌다.
‘그때 현장에 내가 없었어.’
가슴을 쥐어짜는 죄책감 속에서, 불현듯 동료가 남겼던 마지막 기록 한 줄이 뇌리에 박혔다. 동료가 배수로 근처에서 거둬 올렸던 토양 샘플. 휴대용 탄화수소 감지기의 바늘이 요동치며 배터리 열기와 오존 냄새를 뿜어내던 그 순간.
‘일반 신나가 아니야. 톨루엔에 공업용 타르를 섞었어. 바닥에 들러붙어 끝까지 타게 만든 놈이야.’
동료의 노트에 갈겨써 있던 화학식. V자 연소 흔적의 밑바닥에 달라붙어 있던 그 끈적하고 윤기 나는 검은 잔여물.
기주는 코트 주머니 속 채취 봉투를 쥐었다. 손가락 끝으로 만져지는 축축하고 끈적한 잿가루의 질감이 10년 전의 그것과 섬뜩할 만큼 일치했다.
“이 냄새… 10년 전 그때와 똑같아.”
낮게 읊조린 목소리가 배수로의 어둠 속으로 흩어졌다. 우연이 아니었다. 단순 화재도 아니었다. 같은 살인자가, 같은 방식으로 다시 불을 지피고 있었다. 희미했던 안갯속에서 비로소 명확한 단서 하나가 손에 쥐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