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의 궤적 -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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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오르는 창고

북항의 바닷바람은 차가웠고, 눅눅한 소금기 사이로 타르와 고무 타는 냄새가 섞여 들었다. 주황색 나트륨 등빛 아래, 노후한 화학 창고의 슬레이트 지붕이 삐걱거리며 주저앉고 있었다. 새벽 두 시. 소방차의 경광등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기주는 낡은 가죽 장갑을 고쳐 쥐며 검게 그을린 함석 덧문 틈새로 몸을 밀어 넣었다. 입구 쪽 공터에서는 현장 관리인으로 보이는 사내 둘이 손전등을 휘두르며 주위를 통제하고 있었다. 잿빛 정장 밑단에 진흙이 묻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불꽃은 이미 잦아들었으나, 바닥 쪽으로 깔린 농연이 목구멍을 찔렀다. 매캐한 연기 속에서 찌르는 듯한 톨루엔의 비린 악취가 폐부 깊숙이 박혔다.

"이 냄새…… 10년 전 그때와 똑같아."

낮게 읊조린 목소리가 마른기침에 묻혔다. 시야는 불과 반 걸음 앞도 분간하기 어려웠다. 바닥의 연소 잔해를 긁어모아 원인을 밝혀야 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뿌린 유류의 흔적을 찾는 것이 목적이었다. 기주는 자세를 낮추고 손전등의 좁은 빛을 바닥에 드리웠다. 불길이 핥고 지나간 드럼통 받침대 아래, 불에 타다 만 화학 물질 찌꺼기가 진득하게 엉겨 있었다.

그때, 발끝에 단단한 것이 채였다. 철골 파편과는 다른 감촉이었다.

기주는 무릎을 꿇고 잿더미를 헤집었다. 불길에 반쯤 녹아내린 강화 플라스틱과 금속제 필터 연결구였다. 표면에는 미세한 규격 번호가 희미하게 음각되어 있었다. 사설 방독면이 아니었다. 10년 전, 소방본부 특수화재조사팀에만 시험 보급되었던 그 마스크의 부속이었다. 서해창고 참사 현장에서 동료와 함께 증발해 버렸던 바로 그 물건이었다.

심장이 거칠게 덜컹거렸다. 굳어 있던 손가락이 마스크 파편의 모서리를 파고들었다. 우연일 리 없었다. 단순한 방화가 아니었다. 10년 전 끝내 찾지 못했던 동료의 흔적이, 지금 이 잿더미 속에서 숨을 쉬듯 불거져 나와 있었다.

입구 쪽에서 덧문을 두드리는 거친 쇳소리와 함께 인기척이 다가왔다.

"거기 누구야! 당장 나와!"

기주는 망설임 없이 파편을 코트 안주머니에 찔러 넣고, 찌꺼기 한 줌을 채취 봉투에 쓸어 담았다. 묵직한 쇳조각이 갈비뼈를 서늘하게 찔러왔다. 그는 연기 속으로 몸을 숨기며, 어둠이 짙게 깔린 창고 뒤편 배수로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차가운 잿가루가 뺨을 스쳤다. 진실을 밝히든, 침묵을 고집하든, 이제 이 판에서 빠져나갈 길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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