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리를 노리는 완벽한 시터 — 10화

10화. 미끼를 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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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의 입꼬리가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청순하고 무해하던 베이비시터의 가면은 이미 벗겨진 지 오래였다.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아 덜덜 떨고 있는 도현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오직 나만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래, 이미란이야. 그 이름이 뭐 어쨌다는 건데?”

수아—아니, 이미란의 목소리가 거실을 찢었다. 그녀는 뻔뻔하게 어깨를 으쓱하며 피식 웃었다.

“어차피 이 집은 곧 내 거야. 네가 정신병원에 끌려가고 나면, 도현 씨도 서아도 다 내 손안에서 굴러가게 되어 있었다고. 네가 쓸데없는 짓만 안 했어도 아주 평화롭게 끝났을 텐데.”

“미친…… 미친 여자였어…….”

도현이 바닥에 주저앉은 채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는 자신이 몇 달 동안 집안의 실권을 쥐여주다시피 했던 여자가 위조 신분증을 가진 전과자라는 사실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란의 도발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내 머릿속은 냉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여기서 이 여자에게 분통을 터뜨리거나 몸싸움을 벌이는 건 하수의 짓이다. 경찰을 부르거나 당장 밖으로 끌어내려 해도, 이 소시오패스는 영악하게도 법의 허점을 파고들거나 피해자 코스프레를 시전할 가능성이 높았다.

완벽하게 매장하려면, 이 여자가 스스로 더 깊은 구덩이에 발을 디디게 만들어야 했다. 법적 처벌은 물론이고, 다시는 사회에 발을 붙이지 못할 수준의 결정적인 증거가 필요했다.

“그래. 네 말대로 다 네 손안에 들어온 것 같겠지.”

내가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미란의 눈썹이 미세하게틀어올라갔다. 내 반응이 예상과 달라서일 것이다.

“하지만 아쉽네, 이미란 씨. 네가 그렇게 공들여 판 덫은…… 사실 내가 너한테 준 미끼였거든.”

“……뭐?”

“내 자리를 훔치고, 내 아이를 빼앗고, 나를 정신병자로 몰아가는 그 모든 짓거리. 네가 어디까지 가나 지켜보려고 가만히 내버려 둔 거였어.”

내 말에 이미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녀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나를 노려보았다.

“이년이…… 끝까지 허세를 부리네? 네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 몰라? 네 남편도 너를 버렸고, 맘카페랑 경찰에 아동 학대범으로 넘길 증거는 이미 다 준비해 뒀어!”

이미란이 악을 쓰며 핸드폰을 집어 들려 했다. 당장이라도 경찰에 전화를 걸거나, 자신이 조작해 둔 가짜 증거들을 세상에 뿌리려 혈안이 된 모양새였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피식 웃었다. 그래, 바로 그 조급함이 필요했다.

“마음대로 해봐. 경찰이든, 맘카페든.”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느긋하게 걸음을 옮겼다. 안방 문 쪽으로 가며, 도현을 힐끗 내려다보았다. 도현은 영혼이 나간 얼굴로 바닥에 주저앉아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도현 씨.”

“유…… 유진 씨…… 내가 미쳤었어. 내가 그년한테 속아서…….”

“일어나.”

내 목소리에 도현이 흠칫하며 몸을 떨었다.

“당장 이 집에서 나가. 이번 주말 동안 나는 친정에 갈 테니까. 그동안 당신이 저지른 짓의 대가가 뭔지 변호사한테 잘 전해 듣고 있어.”

“친정? 친정엘 간다고?”

도현이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이미란 역시 내 발언에 멈칫하며 날카로운 눈빛을 빛냈다.

“그래. 안 그래도 이번 주말에 친정부모님 뵈러 가기로 약속되어 있었거든. 서아는 내가 데리고 가고 싶지만…… 영양 상태나 정서 불안 문제로 병원 검진이 먼저라 잠시 여기에 남겨둘 거야.”

사실이 아니었다. 서아를 이 위험한 여자와 단둘이 둘 리가 없었다. 하지만 이미란의 귀에는 그 말이 다르게 꽂힐 터였다.

‘엄마가 아이를 두고 친정에 간다.’ ‘안방 금고와 통장, 그리고 집의 실권이 고스란히 비어버린다.’

내가 예상한 대로, 이미란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탐욕과 확신으로 번들거렸다. 그녀는 내가 완전히 무너져 도망치는 것이라 착각하고 있었다.

“강유진, 너 진짜 멍청하구나?”

이미란이 비웃음을 흘리며 일어섰다. 그녀는 방금 전의 분노를 언제 그랬냐는 듯 지우고, 다시금 서늘한 광기를 품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래, 애는 여기에 두고 가. 네가 도망치는 통에 금고 열쇠랑 통장까지 고스란히 두고 가면 더 좋고. 어차피 네 자리는 이제 내 거야. 네가 친정이든 어디든 처박혀 있는 동안, 이 집의 안주인 자리는 내가 완벽하게 접수해 줄 테니까.”

“……맘대로 해봐.”

나는 더 이상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 돌아섰다. 그리고 안방으로 들어가 옷가지 몇 개를 캐리어에 대충 던져 넣었다.

거실 장식장 구석. 거기에 설치된 초소형 와이파이 캠의 렌즈가 깜빡이며 이미란의 일그러진 얼굴과 탐욕스러운 눈빛을 실시간으로 녹화하고 있었다. 동시에 안방과 서재, 모빌에 숨겨진 도청기들도 이 소시오패스의 목소리를 단 한 음절도 놓치지 않고 수집 중이었다.

잠시 후, 나는 캐리를 끌고 거실로 나왔다.

“유진 씨…… 정말 이럴 거야?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주면 안 돼?”

도현이 내 바지자락을 붙잡으며 매달렸다. 나는 가차 없이 그의 손을 쳐냈다.

“지저분한 손 치워, 박도현.”

냉랭한 목소리에 도현이 입을 다물었다. 나는 현관문을 열고 나가며, 이미란을 향해 마지막 시선을 던졌다.

“주말 동안 집 잘 지켜, 이미란 씨.”

현관문이 닫히는 순간, 문 너머로 이미란의 환호성과 기괴한 웃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동안, 내 스마트폰 화면에는 실시간으로 집 안의 상황이 전송되었다. 화면 속 이미란은 내가 나가자마자 안방으로 뛰어 들어가 금고를 뒤지고 있었다.

내가 일부러 눈에 잘 띄는 곳에 놓아둔 통장과 금고 열쇠, 그리고 몇 가지 중요 서류들을 발견한 이미란의 얼굴에 환희가 가득 찼다.

‘멍청한 년…….’

나는 주차장에 세워둔 내 차에 올라타며 스마트폰 화면을 껐다. 채원에게서 문자가 와 있었다.

[채원: 모든 준비 끝났어. 증거 자료 법원랑 경찰에 접수할 타임라인만 알려줘, 유진야.]

나는 화면을 두드리며 짧게 답장을 보냈다.

[유진: 이번 주말 지나고 월요일 아침. 그 여자가 완전히 여주인 행세에 취해 방심하는 그 순간에 터뜨릴 거야.]

엔진 버튼을 누르자 부드러운 진동과 함께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아가 내 자리를 완벽하게 빼앗았다고 착각하며 마취된 채 춤추는 동안, 나는 그녀를 영원히 매장할 사형 집행장을 완벽하게 완성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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