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스폿 -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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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밀실의 증거

지하 3층으로 내려가는 비상계단은 영하의 외부 기온이 고스란히 유입되어 콘크리트 벽면마다 하얗게 성에가 피어 있었다. 도진은 발소리를 죽인 채 계단을 내려갔다. 구두굽이 에폭시 바닥에 닿을 때마다 건조한 메아리가 넓은 지하 공간으로 흩어졌다.

지하 수장고 입구는 차가운 회색 철제 이중 방화문으로 가로막혀 있었다. 문틈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공조 시스템의 바람은 인공적인 건조함을 품고 있었다. 그 앞에는 두 사람이 서 있었다. 한 명은 날카로운 안경테를 고쳐 쓰며 팔짱을 낀 임소현이었고, 다른 한 명은 기름때 묻은 작업복 소매로 식은땀을 훔치는 박준태였다.

도진이 다가서는 기척을 느끼자 소현이 먼저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안경알 위로 형광등 빛이 차갑게 반사되었다.

"보험사에서 파견된 사정사라고 했던가요. 이 수장고의 가치를 이해한다면 함부로 행동하지 마세요."

소현의 목소리는 떨림 없이 정제되어 있었다. 그러나 꽉 다문 입술 주변의 미세한 경련은 그녀의 지적인 태도가 방어 기제에 불과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도진은 그녀의 감정적 반응을 무시하며 정면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사건은 우연이 아니라 설계된 결과물입니다. 현장 상태부터 확인하죠."

도진은 자켓 안쪽 주머니에서 휴대용 자외선 감식등을 꺼내 손에 쥐었다. 그리고 수장고 입구 중앙에 장착된 생체 인식 출입 통제 장치를 응시했다. 광학식 지문 센서와 정맥 인식 스캐너가 푸른빛을 깜빡이고 있었다.

준태가 태블릿 PC를 품에 안은 채 앞으로 반 걸음 나서며 다급한 어조로 말했다.

"확인해 볼 필요도 없습니다. 시스템은 완벽해요. 침입 흔적은 제로예요. 바이오 센서가 작동하지 않았으니 외부인일 리 없죠. 제 말이 이해 안 되세요? 로그를 보면 알잖아요."

"당신들의 말은 전부 거짓이군요. 근거를 대세요."

도진의 단호한 목소리가 복도 공기를 갈랐다. 준태는 억울하다는 듯 태블릿 화면을 손가락으로 거칠게 두드렸지만, 그의 동공은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거짓이라니요! 마스터 키를 가진 관장님을 제외하면 출입 기록은 오늘 저녁 7시 정각에 소현 씨가 남긴 정맥 인증 기록이 유일합니다. 그 이후로 이 문이 열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전원 차단 상태도 아니었고 비상 배터리까지 완벽하게 작동 중이었습니다. 외부에서 강제로 연 흔적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도진은 준태의 말을 반박하지 않고 생체 인식 패널의 하단 이음새를 자외선 감식등으로 비추었다. 특수 광원의 파장이 철제 프레임 위를 훑었다. 지문이나 물리적 타격 흔적은 없었다. 완벽한 밀실이었다. 환기구와 공조 시스템의 그릴 역시 성인 남성의 주먹이 들어가지 않을 만큼 좁았고, 볼트가 단단히 조여져 있어 외부에서 진입한 흔호는 찾아볼 수 없었다.

소현이 냉소적인 미소를 지으며 도진의 행동을 평가하듯 바라보았다.

"불안하신가요? 그건 당신의 직관이 틀렸다는 증거겠죠. 이 문 뒤에는 완벽하게 보존된 미술품과…… 단 한 사람의 시신이 있을 뿐입니다. 물리 법칙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모순은 물리 법칙을 거스르지 못합니다."

도진은 짧게 잘라 말하며 준태가 들고 있는 태블릿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출입 로그 외에 다른 데이터를 확인해야겠습니다. 항온항습 공조 시스템의 지난 24시간 센서 기록을 띄우십시오."

준태는 인상을 쓰며 태블릿 화면을 몇 번 더 조작했다.

"공조 시스템은 작품 보존용입니다. 사건과 무슨 상관이……."

"이 상황에서 개인적인 감정은 불필요합니다. 지시대로 하십시오."

압박감을 이기지 못한 준태가 화면을 건네며 구석의 서버 랙 쪽으로 터벅터벅 걸어가 조작 패널을 열었다. 도진은 태블릿 화면에 떠오른 실시간 온습도 모니터링 시스템의 그래프를 응시했다. 수장고 내부 온도는 20도, 습도는 50퍼센트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었다. 일직선으로 뻗어 있어야 할 온도 기록 선의 중간 지점, 정확히 사망 추정 시각으로 보이는 구간에서 미세한 굴곡이 포착되었다. 0.3도 상승했다가 급격히 떨어지는 파형이었다.

소현은 그 그래프를 보더니 대수롭지 않다는 듯 팔짱을 다시 꼈다.

"작품 반입이나 일시적인 인원 체류로 인한 자연스러운 변동 범위 안입니다. 미술품 수장고에서 흔히 있는 일이죠."

도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0.3도의 온도 변동이 일어난 시각과 준태가 주장하는 출입 기록의 공백을 머릿속으로 대조했다. 완벽하게 차단된 생체 인식 문과 외부 침입이 불가능한 구조. 하지만 밀실은 물리적으로 완성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부 환경 제어 시스템의 수치 12라인은 인간이 통제한 인위적인 개입의 흔적을 가리키고 있었다.

단순한 밀실 사고나 고립 속의 우발적 죽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철저하게 계산된 물리적 환경 조작에 의한 계획 범죄였다.

도진의 예리한 눈빛이 소현의 창백한 얼굴과 준태의 떨리는 손끝을 차례로 스쳐 지나갔다. 차가운 에폭시 바닥의 한기가 구두를 뚫고 발바닥을 타고 올라왔지만, 그의 내면에서 작동하는 논리의 기어는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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