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스폿 - 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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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 조수의 떨리는 고백

지하 3층 수장고 복도의 공기는 차가웠다. 비상 배터리로 구동되는 비상등의 주황색 불빛이 긴 복도의 콘크리트 벽면을 무겁게 내리쬐고 있었다. 박준태는 메인 서버 포트 #4의 경고등을 가리키는 화면 앞에서 입술을 바짝 말리고 있었다. 도진은 그에게 더 이상의 불필요한 설명을 요구하지 않았다. 서버의 비정상적인 트래픽과 외부 우회 접속 시도는 현재의 고립 상태가 단순한 자연재해에 의한 통신 두절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었다.

도진은 발걸음을 돌려 복도 안쪽으로 향했다. 목표는 명확했다. 물리적 모순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의 데이터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었던 인간의 시각적 증언이 필요했다.

철제 이중 방화문에서 불과 몇 미터 떨어진 비상 대기용 간이 의자에 백연주가 움츠려 앉아 있었다. 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가벼운 과호흡 증세를 보이며 잘게 떨고 있었다. 20대 후반의 신입 조수. 생체 인식 출입 통제 장치와 철제 방화문으로 완전히 격리된 밀실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은 그녀의 심리적 방어선을 완전히 무너뜨려 놓은 상태였다.

도진은 그녀의 앞에 멈춰 섰다. 정장 코트의 단추는 잠겨 있었고, 손가락 끝에는 오랫동안 서류와 현장을 검증하며 다져진 굳은살이 단단하게 박혀 있었다. 감정적 위로나 불필요한 동정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개인적인 감정은 불필요하다. 도진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건조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백연주 씨."

이름이 불리자 백연주의 어깨가 크게 튀어 올랐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충혈된 눈동자가 도진의 예리한 눈매와 마주쳤다. 겁에 질린 시선이 사방으로 흔들렸다.

"저, 저는…… 정말 아무것도 몰라요. 왜, 왜 자꾸 저만 보고 그러세요? 무섭단 말이에요."

말끝이 바들바들 떨렸다. 방어적인 태도가 역력했다.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고 하면 아무런 해를 입지 않을 것이라는 그릇된 믿음이 그녀의 입술을 굳게 닫게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도진은 물러서지 않았다. 물리 법칙은 거짓말을 하지 않듯, 인간의 눈에 박힌 잔상 또한 완전히 지워지지 않는다.

"폭설 때문에 고립된 건 사실이지만, 증거는 고립되지 않습니다."

도진이 낮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수장고 안에서 일어난 일은 우연이 아니라 설계된 결과물입니다. 당신이 그 현장에서 무엇을 보았든, 그것은 물리적 인과관계의 한 조각일 뿐입니다. 두려움은 사실을 가리지 못합니다."

"무서워요……."

백연주는 두 손으로 귀를 막으려 했다.

"이곳에 갇혀 있다는 게 너무 숨이 막혀요. 산소도 부족한 것 같고, 당장이라도 저 문이 열리면서……."

"문은 쉽게 열리지 않습니다. 생체 인식과 이중 방화문은 정상 작동 중입니다. 그러니 진정하고 질문에 답하십시오."

도진은 그녀의 공포를 무시하는 대신, 엄정한 논리로 그 불안의 실체를 해체해 나갔다.

"사건 발생 시각 전후로, 당신은 수장고 내부의 감시 카메라 사각지대, 즉 블라인드 스폿 근처에 있었습니다. 출입 로그와 온습도 모니터링 시스템의 기록은 당신이 그곳을 떠나기 직전, 내부 온도가 0.3도 떨어졌다는 사실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문이 열리기 5초 전의 일입니다."

백연주의 눈동자가 흔들림을 멈추고 도진의 태블릿 화면에 고정되었다. 화면에는 실시간 온습도 그래프의 하강 곡선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그녀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저는……."

"당신은 숨길 이유가 없습니다. 당신이 본 것을 논리적으로 서술하십시오. 그것은 범인의 알리바이를 무너뜨릴 유일한 물리적 단서가 됩니다."

도진의 목소리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 차갑고 논리적인 어조는 아이러니하게도 백연주를 둘러싼 패닉 상태를 조금씩 진정시키는 닻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깊은 숨을 몰아쉬며 마른침을 삼켰다. 떨리던 손가락이 무릎 위에서 주먹을 쥐었다.

"알겠습니다……."

백연주가 목소리를 쥐어짜듯 뱉어냈다.

"당신이 묻는 대로 다 대답할게요. 하지만…… 정말 귀신이라도 나온 줄 알았어요."

"귀신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리적 현상만 존재할 뿐입니다. 무엇을 보았습니까?"

도진이 수첩과 펜을 꺼내 들며 압박을 높였다.

백연주는 시선을 바닥으로 떨구며, 사건 당시 수장고 안쪽의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시체 주변이었어요. 박물관 조명 시스템이 전부 꺼지고 비상등만 켜졌던 그 시간에요. 환기구 쪽을 확인하러 안쪽 기둥 뒤로 갔을 때였어요. 거기는 원래 CCTV 화각도 닿지 않고 빛이 거의 안 드는 곳이잖아요."

도진의 눈빛이 가늘어졌다. 블라인드 스폿. 감시 카메라와 인간의 관찰력이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였다.

"거기서 무엇이 있었습니까?"

"어두운 곳이었는데…… 갑자기 이상한 빛이 났어요."

백연주는 불안한 듯 목소리를 낮추며 주변을 한 번 둘러보았다. 복도 끝에서 들려오는 미세한 바람 소리조차 그녀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빛이요?"

"네. 평소에 미술관에서 보던 그런 백색 조명이나 비상등의 주황색 불빛이 아니었어요. 뭐랄까……."

백연주는 말을 흐리며 손으로 허공에 어색한 원을 그렸다.

"푸르스름하고…… 어두운 곳에서 보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희미한 빛이었어요. 그런데 그 빛이 비치던 곳마다 공기가 미세하게 아른거렸어요. 마치 아주 뜨거운 열이 피어오르는 것처럼요. 아니, 그 반대인가……?"

도진의 손끝이 멈췄다.

푸르스름하고 희미한 빛. 어두운 곳에서 물질의 잔류 흔적이나 미세한 유기물을 식별하기 위해 사용하는 특수 광원. 그리고 그 빛이 만들어내는 온도 변화.

도진이 휴대용 자외선 감식등으로 생체 인식 패널을 검사했을 때 발견했던 미세한 반응과 정확히 일치했다. 범인은 수장고 내부에서 시야를 확보하거나 특정 증거를 은폐, 혹은 조작하기 위해 일반 조명이 아닌 별도의 광원을 사용했다. 그것은 외부 침입자가 아니라 미술관 내부의 보안 시스템이나 장비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자만이 다룰 수 있는 도구였다.

"그 빛이 어디를 향하고 있었습니까?"

"시체가 발견된 진열대 바닥 쪽이었어요. 그리고……."

백연주는 더듬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 빛을 들고 있던 사람의 실루엣은 보지 못했어요. 너무 순식간이었고, 사방이 어두워서…… 그냥 공기 중에서 그 빛이 움직이는 흔적만 겨우 봤어요. 그러다 갑자기 온도가 훅 떨어지는 느낌이 들면서 숨이 막혔고, 무서워서 도망쳤어요. 그게 다예요. 정말이에요."

더 이상 숨길 것은 없어 보였다. 백연주의 진술은 파편화되어 있었지만, 도진의 머릿속에서 완벽하게 하나의 퍼즐로 맞아떨어졌다.

수장고 안쪽에서 보았던 '낯선 빛'. 그것은 범행에 사용된 자외선등의 존재를 가리키는 결정적 암시였다. 완벽한 밀실이라 주장되었던 지하 3층 수장고는, 물리적 법칙을 무시한 초자연적 공간이 아니라 철저하게 계산된 도구와 트릭에 의해 조작된 범죄 현장이었다.

도진은 수첩에 적어 내려간 내용을 눈으로 빠르게 훑었다. 물리적 모순을 입증할 모든 조건이 갖춰지고 있었다.

"수고했습니다."

도진은 짧게 내뱉고는 몸을 일으켰다. 백연주는 여전히 불안한 표정으로 의자에 기대어 있었지만, 진술을 마친 후의 미세한 안도감이 그녀의 어깨너머로 스쳐 지나갔다.

도진은 철제 이중 방화문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서버의 비정상적인 트래픽, 환기구의 미세한 기류, 그리고 수장고 안쪽에서 목격된 낯선 빛의 잔상.

사건은 우연이 아니라 설계된 결과물이었다. 그리고 그 설계를 무너뜨릴 증거는 이미 손안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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