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도시인, 머무는 마을 - 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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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회관으로의 강제 소환

수도 밸브가 잠긴 이후로 싱크대에서는 바람 빠지는 소리만 났다. 아침에 마실 에스프레소 한 잔을 내리려던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지수는 단정한 단발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셔츠 소매를 걷어올렸다. 이대로 고립될 수는 없었다. 조용히 커피를 내리고 책을 읽으며 지내려던 계획에 벌써부터 균열이 가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카페의 나무 문이 쾅쾅 두드려졌다.

소란스러운 소리에 지수는 미간을 좁혔다. 올 사람이 없었다. 아니, 오직 한 사람뿐이었다.

지수가 카운터 뒤에서 나와 무거운 발걸음으로 문을 열었다. 문밖에는 예상대로 밀짚모자를 깊게 눌러쓴 강덕수가 서 있었다. 그의 깊게 패인 주름과 투박한 손은 언제나처럼 불쑥 침입하는 이방인의 악의 없는 무례함을 품고 있었다.

"여보쇼, 이 동네 규칙은 제대로 알고 카페를 연 거요?"

덕수가 대답도 듣지 않고 문을 밀고 들어왔다. 지수는 차분하고 정중한 표정을 지으려 애썼지만, 목소리에는 서늘한 냉기가 묻어났다.

"제 개인적인 사정은 굳이 설명해 드리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요. 그리고 남의 가게에 이렇게 무단으로 들어오시는 건..."

"무단은 무슨. 시끄러우니 내 말 좀 잘 들으라고 했잖소! 오늘 당장 마을 회관으로 나와야겠어. 가을 수확 축제 준비가 한창인데, 젊은 사람이 얼굴을 비추지 않으니 말들이 많아."

덕수는 지수의 말을 싹둑 자르고는 툭 내뱉었다. 지수는 황당하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타인과 엮이지 않기 위해 이 산골 마을까지 찾아왔는데, 축제라니. 그것도 강제 동원이라니 믿을 수가 없었다.

"전 축제 같은 거 안 합니다. 혼자 있는 게 익숙해요. 남들에게 참견받는 게 원래 좀 서툴고요. 게다가 지금 제 카페는 물도 끊겼는데요."

"물 얘기는 이따 회관 가서 영감탱이들한테 직접 듣고, 일단 가세. 다들 기다려."

덕수는 지수의 거절을 완전히 무시한 채 그녀의 팔을 은근히 잡아끌었다. 저항하려 했지만, 농사일로 다져진 그의 투박한 손힘은 생각보다 거세었다. 지수는 결국 마지못해 앞치마의끈을 질끈 동여매고 덕수에 떠밀려 카페 밖으로 나섰다. 조용히 카페로 돌아가고 싶다는 그녀의 간절한 소망은 첫 걸음부터 짓밟혔다.

차가운 가을바람이 뺨을 스쳤다. 마을 회관으로 향하는 길목마다 단풍이 곱게 물들어 있었지만, 지수의 심경은 한겨울처럼 얼어붙었다.

마을 회관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왁자지껄한 대화 소리와 구수한 음식 냄새가 확 밀려왔다. 대형 테이블 주변에는 어르신들과 몇몇 중년 주민들이 모여 송편을 빚고 전을 부치고 있었다. 지수가 들어서는 순간, 사방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에게로 쏟아졌다.

지수는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치려 했다. 하지만 덕수가 그녀의 어깨를 툭 치며 회관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이장이 사람 하나 잘 끌고 왔구만. 저기 서서 구경만 하지 말고 앉아."

회관 안은 잠시 어색한 침묵에 휩싸였다. 주민들은 낯선 외지인인 지수를 경계하는 눈빛으로 훑어보았다. 지수는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단정한 자세로 서서 냉소적인 미소를 지으며 방어적인 태도를 취했다.

"저, 볼일이 끝났으면 이만 가보겠습니다. 사정이 있어서요."

그때, 구석에서 부침개를 부치던 한 할머니가 손에 든 뒤집개를 내려놓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백발이 성성한 머리에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 할머니는 성큼성큼 걸어와 지수의 손을 불쑥 잡았다.

"아이고, 이 양반이 그 새로 온 카페 처녀구만. 내가 지난번에 거기 커피를 한 잔 얻어마셨는데 말이야."

지수는 깜짝 놀라 손을 빼내려 했지만 할머니의 손아귀는 단단했다.

"커피 맛이 아주 기가 막히더만. 쓴맛도 없고 고소한 게, 내 입맛에 딱 맞았어. 시골에 이런 구수한 커피를 파는 데가 생길 줄이야."

옆에 있던 다른 주민도 거들고 나섰다.

"맞아, 우리 마누라가 그 집 커피 마시고는 칭찬을 입에 달고 살아요. 원두를 좋은 걸 쓰나 보지?"

주민들의 입에서 터져 나온 평판은 예상외였다. 경계와 배척만 가득할 줄 알았던 마을 회관에서, 지수의 카페를 향한 의외의 환대가 쏟아졌다. 차가운 벽을 쌓고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으려 했던 지수는 순간 당황하여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덕수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껄껄 웃으며 원두를 고르는 척 지수의 어깨를 다시 툭 쳤다.

"거봐, 다들 자네 커피 맛은 인정하잖아. 그러니 오늘 하루만 일손 좀 거들고 가. 축제 때 쓸 막걸리 안주 부치는데 자네가 좀 도와야겠어."

주민들의 투박하지만 진심 어린 눈빛이 지수를 향했다. 그들은 지수를 감시해야 할 이방인이 아니라, 이제 막 마을에 둥지를 튼 이웃으로 대하고 있었다. 지수는 자신이 세워둔 방어벽이 그들의 소박한 친절 앞에 무력하게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감정의 추는 -3에서 간신히 -1로 올라왔다. 여전히 사람들과 섞이는 것은 서툴고 불편했지만, 가슴 한구석을 짓누르던 서늘한 고립감은 조금씩 옅어지고 있었다.

지수는 낮게 한숨을 쉬며 앞치마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마지못해 카운터 옆에 놓인 커다란 밀가루 반죽 그릇 앞으로 걸어갔다.

"아, 그럼요. 커피 맛은 확실히 신경 쓰고 있습니다만... 음식 만드는 건 잘 모릅니다."

지수의 투덜거림에 회관 안이 박소사와 함께 웃음바다가 되었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축제 음식 준비에 참여하게 되었지만, 그 불만 섞인 얼굴 속에는 미세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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