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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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구석에 먼지가 소복히 쌓여 있던 카메라의 건전지를 충전했다.

나름 20여년전에는 괜찮았던 DSLR이었다. 요즘 처럼 고해상도도 아니고 ISO도 200이 끝이긴 하지만 젊은 시절 많은 사진을 찍었다.

내 결혼사진도 아내와의 여행도, 내 아이가 커가는 모습들을 담았던 사진기이다.

어느 순간 먹고 살기 바쁘고 나이가 먹다보니 구석에서 먼지가 소복히 쌓여가고 있었다.

20년 추억팔이를 하고 싶은데 현재 딱히 찍을 것이 없어 고추 꽃을 찍었다.

실력은 없지만 나름 수동으로 찍었다.

NiKON D70s, 2026년 6월 22일

처음에는 너무 안자라서 2개 수확하고 마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수십개의 꽃들이 갑자기 피었다. 많이 매운 고추이긴 하지만, 돌아가신 아버지의 마음을 이제야 알것 같다. 병환 중이면서도 고추 모종이 자라나는 것과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것을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셨던 아버지의 마음을 이제 조금 알것 같다.

날씨가 매우 무더워지기 직전이다. 습기가 머문 공기가 바람과 함께 내 얼굴에 쓰처지나가는 하루다.

머지않아 무성한 고추가 열릴 걸 생각하니 갑자기 뿌듯해졌다.

내 하루도 내 인생도 무성한 결실이 맺길 기도하며......